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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장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로 옮겨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동차 산업은 ‘기계장치’에서 ‘바퀴 달린 컴퓨터’로 정체성을 바꿔왔습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 SDV)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으면서, 동일한 하드웨어라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결함을 개선하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OTA(Over-The-Air) 업데이트가 있습니다. 각 제어기의 JTAG·UART 같은 유선 통신을 이용하거나, 기존 OBD 통합단자를 통해 진단기로 업데이트하는 방식도 여전히 함께 쓰이지만, 산업의 무게중심은 무선으로 대규모 차량을 한꺼번에 갱신할 수 있는 OTA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OTA는 리콜 없이 문제를 해결하고 신기능을 배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압도적으로 효율적인 수단입니다.그러나 이 편리함은 필연적으로 보안이라는 그림자를 동반합니다. 공격자가 정당한 업데이트로 위장해 악성 펌웨어를 주입한다면, 차량은 순식간에 공격자의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동차 업계는 전자서명 검증을 통한 소프트웨어 진위 확인, AES 기반 암호화를 통한 외부 공격 방어, 그리고 디버그 포트를 잠글 때 사용하는 암호 키의 안전한 관리를 표준적인 방어 체계로 정착시켜 왔다. 그리고 이 모든 기술의 밑바탕에는 결국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개발자, 생산자, 수많은 협력업체 담당자가 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 속에서, 이 암호 키를 누가 어떻게 안전하게 생성하고 보관하고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필자는 지난 수년간 NeoKeyManager(이하 NKM)라는 암호 키 관리 솔루션을 자동차 산업에 공급하는 사업을 담당하며 이 질문에 대한 실무적 해답을 만들어 왔다. 개발자가 새로운 펌웨어를 릴리즈하며 전자서명을 남길 때 사용하는 회사의 개인키를 안전하게 보관하고 서명 기능만을 외부에 제공하는 구조, 그리고 양산 라인에서 각 제어기에 주입해야 하는 검증 키·통신 암호 키를 NKM에서 생성해 펌웨어 주입 장비와 연동하는 구조가 그것입니다. 이 방식은 현재 현대차·현대모비스는 물론 BMW, Continental, Renault 등 글로벌 완성차·부품사에 공급되고 있으며, NKM은 국제 표준화 기구 OASIS의 KMIP 3.0 상호운용성 평가에서 아시아 유일의 준수 기업으로 인정받는 등 기술적 신뢰성도 검증되었습니다.이 글은 이 경험을, 최근 무인화·지능화가 화두로 떠오른 국방 무기체계 시장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다루겠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동차와 무기체계는 대량 양산, 다단계 부품 공급망, 원격 OTA 업데이트라는 구조적 특징을 거의 그대로 공유합니다. 다만 무기체계는 실제 공격 명령과 작전 정보(목표물, 작전 시간, 경로)를 전파해야 한다는 점에서 자동차보다 훨씬 무거운 신뢰성을 요구하며, 이 때문에 오히려 유선보다 OTA를 통한 동시 업데이트의 필요성이 더 절실한 시장입니다.
2. 자동차 산업이 먼저 겪은 문제: SDV, OTA, 그리고 키 관리
3.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정의 무기체계로
요즘 국방 분야의 화두는 유·무인복합체계(MUM-T, Manned-Unmanned Teaming)입니다. 조종사가 탑승한 유인기와 조종사가 없는 무인기가 한 팀을 이루어 임무를 수행하는 이 개념은, 우리 육군이 추진하는 국방혁신 4.0과 아미타이거(Army TIGER) 4.0 전략의 핵심 축이기도 합니다. 아미타이거 4.0은 기동화·네트워크화·지능화라는 세 방향을 통해 육군을 4세대 전력으로 도약시키겠다는 구상이며, 드론봇 전투체계를 통해 드론·로봇 등 무인체계와 유인 전투원을 결합하는 부대구조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무기체계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관리, 특히 원격 업데이트 체계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과거의 무기체계는 화력과 기동력 같은 기계적 성능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러나 지금과 미래의 전장은 드론봇과 MUM-T로 대표되는 초연결 네트워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전차는 이제 궤도 위의 서버이며, 드론은 날아다니는 컴퓨터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자동차 산업이 십수 년 전부터 겪어온 변화와 본질적으로 동일한 궤적을 그립니다. 대량 양산 체계, 다단계 부품 공급망, 그리고 원격 OTA 업데이트라는 세 가지 구조적 특징을 현대 드론 무기체계와 자동차 산업이 거의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무기체계에는 자동차에 없는 무게가 하나 더 실립니다. 실제 공격 명령을 전파하고 목표물·작전시간·이동경로 같은 작전 내용을 전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정보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려면 유선 방식보다 OTA를 통한 동시 업데이트가 필수적이며, 동시에 그 명령이 위조되지 않았음을 암호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더해 무기체계를 실제로 만드는 체계업체·방산기업 입장에서는, 이 무기체계의 최종 통제권을 최종 고객인 각국 군에 넘겨야 한다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즉 국방 분야의 키관리는 처음 설계 단계부터 ‘누가 이 무기의 디지털 통제권을 최종적으로 소유하는가’라는 질문을 전제로 시작해야 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무기체계 사이버보안은 공급망의 숨겨진 위협과 인적 통제 한계 극복을 위해 자동차 CSMS 보안 모델을 벤치마킹한 국가 위험관리 체제(K-RMF)와 법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암호 기반 중앙 집중형 키관리와 소프트웨어 중심 무기체계 획득이 필수적임을 보여주는 것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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